vol.68 2022. 08

강원도의회 정책Letter

정책제언

대학,
생존을 넘어 세계로

기고자김헌영강원대학교 총장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81명으로 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2024년 43만여명, 2040년에는 28만명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지역대학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인구 감소의 문제는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도의 경우 18개 시·군 중 15개 지역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대학의 생존을 넘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대학과 경쟁하기 위해 해외 인적자원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이고 육성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입학자원의 확보에도 해답이 될 수 있으며, 지역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먼저, 유학생의 구성과 국적이 다양한 만큼, 이들의 역량과 자질, 유학 동기에 따라 맞춤형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내국인 학생들과의 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강원대학교가 2020년 설립한 ‘글로벌한국학과’는 강원대학교 학부생과 외국인 유학생(재학생 및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사회 각 분야의 현상에 대한 진단과 미래 전망에 대해 영어와 한국어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올해에만 전 세계 266개 해외 자매대학 재학생 8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캠프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신설될 예정인 ‘글로벌문화융합학과’ 대학원 과정은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 강국이 된 대한민국의 케이 컬처(K-culture)를 기반으로 하여, 예술학·예술경영학 등 다방면의 문화 전문가 양성을 위한 유학생 전용 교육과정을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로 진행하며, 2023학년도부터 학부과정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문화도시 춘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강원권의 문화콘텐츠와 연계해 한국의 문화를 이해를 돕고, 케이 컬처의 수요가 많은 중국, 유럽, 중남미 지역으로 외국인 유치 전략을 다각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지역기업과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다. 영동지역의 경우, 규제자유특구, 국가산업단지 등이 위치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청년인구 감소로 인한 제조업 인력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은 주당 20∼35시간을 근무할 수 있으며, 방학기간이나 주말에는 시간 제한 없이 노동이 가능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강원대학교는 지역과 공동 발전을 위한 ‘일·학습 병행형 유학생 유치’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 내 산업단지와 연계해 입국 전부터 일자리 매칭을 통한 취업연계형 유학생을 유치하고, AI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ing)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해외 고급인력의 지역 노동시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학생들에게는 재학기간 동안 미래의 진로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졸업 후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대학이 직접 지역 산업과 연계된 합법적 틀 안에서 근로환경을 지원함으로써, 일부 유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불법취업이나 불법체류에 의존하는 문제점을 방지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미국은 2021년에만 전 세계 200여 국가에서 91만명의 유학생을 받아들여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학위취득 후 이들을 미국 노동시장에 유입시켜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삼고 있다. 일본도 2008년부터 우수한 해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산업과 기업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기 위해 외국인 인재 유치를 적극 실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국인 유학생의 졸업 후 국내 노동시장 편입 정도가 매우 낮으며, 별도의 취업비자를 받기 위한 과정이 요구된다.

대학의 글로벌 역량 강화는 대학의 생존을 넘어, 지역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위한 전략이다. 대학의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제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학과 지역, 국가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출처:강원도민일보 기고_김헌영 강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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