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9 2022. 09

강원도의회 정책Letter

정책제언

지역소멸과
삶은 개구리 증후군

기고자장순희강원대학교 공공행정전공 교수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가 드러났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는 내용도 6대 목표 중 하나로 들어갔다. 120개 과제 중 마지막은 “지방소멸 방지, 균형발전 추진체계 강화”다.

2020년부터 20년간 진행되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서도 그 비전을 “모두를 위한 국토, 함께 누리는 삶터”로 하고, 3대 목표 중 하나로 “어디서나 살기 좋은 균형국토”를 넣고 있다. 더 들어가 2000년부터 20년간 펼쳐진 제4차 국토종합계획의 4가지 기본 목표에서도 “더불어 잘사는 균형국토”가 하나로 들어가 있었다.

대한민국 국토의 균형발전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을 방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지방은 없고 수도권만 있는 대한민국을 상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방에 거주하는 어느 누구에게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기본권적 당위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을 위시해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 있지만 그 성과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을 기점으로 지방 전체의 인구를 추월했으며, 지역내 총생산(GRDP)도 51.8%로 수도권이 앞서 나가고 있다. 1000대 기업 본사는 75.3%가 수도권에 포진되어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액도 72.1%로 압도적으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대학을 포함한 교육이나 의료 그리고 문화 등의 수도권과 지방의 양·질적 격차까지 포함하면 밤을 새워도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인 지역소멸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하혜영 조사관은 “소멸위험 시·군·구는 2017년 5월 85개에서 2021년 8월 108개로 4년간 23개가 늘어났다”고 분석하고 있다(강원도민일보, 2021년 10월 25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해 지역소멸을 앞당길 여러 우려들이 현재 도처에 산재해 있다. 반도체 관련 인력양성에 대한 지역 및 지역대학의 우려도 그 중의 하나다. 반도체 산업기반 시설의 91%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시설투자를 해야 하는 곳으로 오지 않을 것이며,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의 상황에서 똑같이 경쟁하라고 하면 지방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교수신문, 2022년 7월 25일). 이는 현실적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불리함을 지니고 있는 많은 지방대학과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어 지역소멸의 위기를 재촉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수도권 지역공장 신·증설 요건 완화 바람도 지역소멸을 크게 부추기게 될 것이다. 정부가 1982년 제정한 수도권 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 및 산업의 적정배치를 유도하여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쳐 규제완화를 위한 법률개정이 이루어져 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여 왔다. 현 정부가 예고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의 신·증설제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도 수도권 과밀억제정책에 역행해 수도권 일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될 우려를 지니고 있다.

‘한국이 소멸한다’의 저자인 전영수 교수는 우리나라 지역소멸의 위기를 “삶은 개구리 증후군”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와 살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조만간 닥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의미이다.

지역소멸을 향해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결국 지역 소멸과 종국에는 국가 소멸이라는 화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합계 출산율 0.81명으로 전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 국가가 되었으며, 유사 이래로 총 인구 감소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한 광역자치단체장의 외침처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지난한 경쟁 사회의 영향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는 것은 서글픔을 넘어 아픔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방과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 성공적으로 펼쳐져 지방소멸이라는 몸살이 쾌차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밀한 진단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이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나 지방대학을 찾아 하룻밤씩 묵어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 급하다고 바늘허리 매어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출처:강원도민일보 기고_장순희 강원대학교 공공행정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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