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국내 유일의 자연호수 군락지 동해안 (주)자연과사람 기업부설연구소장 이재용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갈대군락에 둘러싸인 아담하고 잔잔한 호수를 쉽사리 대면하게 된다.
2014년에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호수가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밝힌 논문을 소개된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인공위성 원격탐사 기법을 통해 지구의 호수는 1억 1700만개라고 밝혔다. 이들이 차지하는 면적만
남한 면적의 50배인 500만㎢이고, 빙하로 덮인 곳을 뺀 육지 면적의 3.7%를 차지하는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호수는 인공호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호수는 2013년 기준 모두 1만 7,629개이며 이 가운데 99.3%
인 1만 7,516개가 농업용 저수지이고 자연호수는 백록담(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과 우포늪(경상남도 창령군) 그리고
동해안을 따라 분포하는 석호 정도이다. 석호는 내륙습지로 분류되어 있고 전체 2,499 개소 중 동해안에 19개소가 있다.

자연호수의 발생 및 유형

호수의 형성은 지리지형적인 특성에 따라 유형을 달리한다. 인간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축조한 인공댐을 포함하여 화산의 분화 후 움푹 패인 분화구에 물이 담수되어 생겨난 화산호, 빙하의 해빙과정에서 하류지역에 퇴적물이 퇴적되어 형성된 빙하호 등이 대표적이다. 화산호의 경우, 일본 나가A노현의 동부, 사쿠호마치(佐久穂町)와 고우미마치(小海町)와의 경계에 위치한 "시라코마 연못(白駒の池, 시라코마노이케)"가 있다. 이 호수는 산성호로 기타야츠가다케(北八ヶ岳)의 원생림 속에 펼쳐진, 해발 2,100m 이상의 일본 최대 화산호이다.

한편, 평지를 흐르는 사행하천에서 주로 발달하는 우각호(牛角湖)는 범람원을 비롯한 낮은 평야 지대를 사행하는 하천에서 물의 흐름에 의해 사면의 침식과 하도 내 퇴적작용에 의해 사행하천의 일부가 본류하천과 단절되어 생긴 호수이다. 예전에는 강의 일부였던 호수라서 하적호(河跡湖)라고 불리기도 하였는데, 그 모양이 쇠뿔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만경강 일대가 유명하다.

위에서 소개한 자연호수가 내륙지역에서 형성되었다면 다음의 호수(Lagoon)들은 연안 또는 해양지역에 형성되는 자연호수로 연안석호나 해양석호를 떠올릴 수 있다. 이들 호수는 다양한 생물상과 풍광이 수려한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우선 대표적인 해양석호는 누벨카레도니섬 석호가 있다. 프랑스령 자치주이며 영어로는 뉴칼레도니아 섬(New Caledonia I.)이라고 한다. 북서방향으로 길게 누운 섬으로 길이 400km, 너비 평균 50km이고 면적은 1만 8575㎢, 인구는 244,000명(2008년)인 섬이다. 한류와 난류 등 다양한 해양 환경이 존재하며 146종의 산호초구조물이 모여 있어 세계 3대 산호초 군락지로 알려져 있고 듀공 서식처이며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특히, 맹그로브숲에서 해초에 이르는 연속적인 서식지와 광범위한 형태의 산호군락을 보유하고 있어 오세아니아 자연사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으로 2008년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또 다른 해양석호로는 록아일랜드 남쪽의 석호[Rock Islands Southern Lagoon]로 면적 100,200ha로 화산작용에 의해 생긴 석회암 무인도 445개가 흩어져 있는 곳이다. 육지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고립된 해수 수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52개의 해양호수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와 연계되어 있는 호수에서 고립된 호수에 이르기까지 지질학 및 생태학적으로 다른 단계의 호수가 있고 계속적으로 새로운 종이 발견되고 고유종의 개체수가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육지생물군과 746종의 어류, 385종의 산호, 13종 이상의 상어와 쥐가오리, 7종의 조개류, 토종의 앵무조개가 발견되었고, 듀공과 13종의 상어, 해양생물과 조류 및 토착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섬의 숲에는 팔로우의 토종조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그리고 토착식물의 절반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은 문화유산으로 기원전 약 3,000년 이상 석조마을 유적과 작은 섬 공동체의 모습이 남겨져 있어 해양자원 채취에 대한 과거생활환경을 엿볼 수 있어 팔라우의 첫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국내 석호와 석호의 형성과정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동해안에 면하여 자연호수가 분포하고 있다. 석호는 사주와 사빈에 의해 바다와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지형변화의 과정을 통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호수이다.

이들 석호는 강릉시(6개소, 앞개습지, 풍호, 하시동리, 경포호, 순포호, 향호), 양양군(5개소, 가평리 습지, 염개, 쌍호, 군개, 매호), 속초시(2개소, 영랑호, 청초호), 고성군(6개소, 천진호, 광포호, 봉포호, 송지호, 선유담, 화진포) 등 총 19개소가 보고되어 있다. 특히, 경포호(2016) 및 순포호(2016)는 습지보호지역, 쌍호(2016) 및 가평리(2016)는 습지개선지역으로 강원도에서 지정하여 관리 중이다.

석호의 형성과정을 설명하기 전에 관련한 몇몇 용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해양과 육상의 만입된 만(灣)의 입구에서 종종 연안류에 의해 수심이 깊은 곳으로 운반되는 퇴적물의 한쪽 끝이 육상으로부터 시작하여 해류의 흐름 방향으로 길게 모래톱이 발달하는 형세를 볼 수 있는데, 이를 사취(砂嘴)라고 하고 이러한 형세가 더 발달하여 사빈 또는 사주(砂州)를 형성하게 된다. 사빈(沙濱)은 하천에서 운반되거나 파도에 의한 해안 침식으로 인해 생긴 모래가 퇴적되어 만들어지는 모래해안을 말한다. 사구(砂丘)는 사빈이 형성된 곳에서 내륙방향으로 바람에 의하여 모래가 이동하여 형성된 언덕이나 둑 모양의 모래 언덕을 일컫는다. 일본의 톳토리현(鳥取県)에는 전형적인 사구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고성군을 관통하는 북천의 하구는 대표적인 사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형적인 변화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바다와 단절된 정체수역이 생성되는데, 이를 석호라고 부른다. 석호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이웃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북방에 위치하는 도후츠호(濤沸湖)의 형성과정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아바시리(網走)에 위치한 도후츠호와 이에 인접한 4개의 호수(사로마호, 노토르호(能取湖), 아바시리호(網走湖), 모고토호(藻琴湖))는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석호로 알려져 있다. ① 지금부터 1만∼7천년전 아바시리(網走)의 4개 호수는 모두 바다였다. ② 7천년∼3천년전 해수면은 2∼3m 높아진 상태가 되었고, 도후츠호가 있는 지역은 만입되어 강이 유입되었다. ③ 3천년∼1천2백년전에는 해수면이 지금과 비슷한 수위로 낮아졌고 연안을 따라 흐르는 연안류에 의해 모래가 운반되었다. ④ 사주가 만의 입구를 막아 지금의 바다와 호수가 분리된 형태의 석호를 형성하게 되었고, 석호의 형성과정에 근거하여 해적호(해적호(海跡湖)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석호의 지속 가능한 관리

석호는 오랜 형성과정 속에서 내륙과 해양의 전이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다양한 생물의 서식 및 경유지로도 중요한 생태학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해양에 인접한 내륙과는 또 다른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일본에서는 이들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전하고자 람사르습지 등록을 위한 자체적인 기준조건을 마련하여 보전 및 이용방안을 제시하여 왔다. ①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일 것 ② 국가 법률(자연공원법, 조수(鳥獣) 보호법)에 의거하여 지속적으로 자연환경이 보전될 수 있을 것 ③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을 것 등이다. 1980년 6월 쿠시로습원을 가입시킨 이후 람사르 협약에 가입된 습지는 총 38개소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람사르습지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습지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람사르협회가 지정하고 등록하여 보호하는 습지로,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 체결되었다. 1975년 12월 발효하였고 람사르 협약에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28일 101번째 가입한 나라가 되었다.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이라고도 한다.

위에서 석호의 형성과정에서 소개한 도후츠(濤沸)는 아이누인 즉, 일본 북부(북해도)와 러시아 사할린 남부지방, 쿠릴 열도에 분포하는 소수민족이 거주하던 곳으로 의미는 아이누어로 “호수의 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도후츠호는 900ha 규모의 면적을 가지고 최대수심 2.5m, 평균수심 1.1m, 주변연장 30km의 호수로, 국가지정조수보호구, 국정공원, 자연환경보전지역 그리고 람사르협약 등록습지로 보호·지정되어 있는 석호이다.

도후츠호(濤沸湖)가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던 당시 기준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이 내용을 담고 있다.
① 기수호로, 일본의 대표적인 저층습지
② 두루미(멸종위기 Ⅱ급, 국내희귀야생동식물)가 서식
③ 철새 이동시기에 오리류가 최대 6만7천마리, 평균 2만마리 이상의 수조류의 경유지
④ 동아시아 지역에서 확인된 큰고니를 포함한 5종류의 수조류의 1% 이상이 도후츠호(濤沸湖)를 이용 등 주로 조류 서식에 유리한 환경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도후츠호가 큰고니를 포함한 250종의 야생조류의 월동지로 유명하지만, 서식하는 어류가 다양하고 풍부하여 明治時代부터 어장으로 이용하던 지역이기도 하다.
佃煮(쯔꾸다니, 조림)의 원료가 되는 새우류, 빙어, 재첩 등을 채취하는 장소이고 청어의 산란장, 우럭의 치어가 성장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상류 하천에 산란을 위해 소상하는 연어나 송어와 같은 해수와 담수를 오가며 성장하는 회유성어종의 생태이동통로가 되고 있고, 내수면 양식 및 빙어부화방류사업을 통해 전국에 20 ∼ 30%를 이곳에서 공급하기도 한다.

도후츠호는 중요한 생태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고 지역주민의 중요한 소득원을 제공하는 터전이 되어 있다. 다양한 보호규제로 묶여 있는 도후츠호임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자발적인 석호생태계를 보전하고 관리 유지하고자 하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지역주민에게는 석호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활동은 환경훼손을 하지 않는 수준에서 보장하고 있다.

도후츠호는 주변에는 광활한 농지가 있고 보리, 감자 등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어 하천유역에서 토사가 호수로 유입되어 어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환경적인 문제가 이슈화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잠재적인 환경훼손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1차 산업의 공존”을 도모하고자 농민과 어민은 상호 협력관계를 맺어 “순환형 농업”을 행하고 있다. 또한 유역에 산재해 있는 밭작물이나 낙농업 및 전분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분뇨는 활용방안을 마련하여, 지력을 향상시키고 농약사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환경부담을 줄여 나가도록 하고 있다. 최근 어획량의 감소의 원인으로 주목되는 무단 쓰레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주민 경비활동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주민은 환경오염원을 저감하기 위한 활동을 통해 도후츠호를 지속가능하도록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포가시연습지에 피어난 가시연꽃(사진제공: 정휘린)

이와 더불어 일본 환경성(環境省)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 리스트를 출간 홍보하며, 종 보전법 (절멸위기에 직면해 있는 야생동식물의 종보전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한 생물 보전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수의 자연공원 운영과 원생화원(原生花園)을 운영하고 유역에 증식하는 외래식물의 제거 활동을 통해 원추리속의 군락 복원에 힘쓰고 있고 해안초원의 보전을 위한 활동 또한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보전에 대한 추가적인 위협요소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관광, 레크레이션의 활동에 따른 오염, 외래식물의 유입, 유역으로 부터의 토사 유입, 그리고 관광객에 의한 빈번한 먹이투척과 조류 인플랜저에 의한 감염의 확산 등의 보건 환경적인 문제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지역으로 니가타시(新潟市) 후쿠시마석호(福島潟)가 있다. 이곳은 262ha 면적으로 가시연꽃의 북방한계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경상남도 창녕군에 있는 우포늪과 강원도 강릉시 경포가시연습지에 가시연꽃이 자생하고 있다.

경포가시연습지에 도래한 큰 기러기의 비상(사진제공: 정휘린)

또한 후쿠시마석호는 일본 천연기념물인 큰기러기가 월동하는 지역이고 큰고니를 포함한 220종 이상의 야생조류가 찾아드는 곳이다.

후쿠시마석호는 “1급 조류관찰스테이션”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이고, 이곳 “조수보호구관리센터”에는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류자원봉사자들이 매년 방문하는 장소로, 조류의 다리에 표식고리를 달아 날려 보낸 후 표식조사를 매년 조직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결과로 큰기러기의 이동경로가 밝혀졌고, 큰기러기는 후쿠시마석호에서 캄차카반도에 이르는 2,400km(80일 소요)의 긴 여정을 소화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기착하는 큰기러기는 러시아 북동부의 번식지인 콜리마江하구와 캄차카에서 유색가락지를 목에 단 13마리를 한국의 한강하구와 천수만에서 확인한 바가 있으며, 이동거리는 4,050-4,3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호에 대한 인식전환

동해안은 국내에서 유일한 자연호수인 석호군락이 분포해 있는 지역이다. 해적호(또는 석호)는 육지과 해양 생태계의 점이지대로서 다양한 생물의 보고(寶庫)가 되기도 하고, 퇴적물의 연구를 통한 고(古)환경 복원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생활 및 경제활동의 터전으로, 환경, 문화, 역사와 관련한 유산이 묻어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환경고리이자 발자취를 담고 있는 자연유산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석호주변은 농경지로 개간되거나 또는 경관이 좋아 관광지(호수공원)조성을 위한 유휴지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유일한 자연호수인 동해안의 석호군락지는 자연스로운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을 때 그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 석호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석호에 대한 접근 방식과 관계자들의 인식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후대 또한 석호가 주는 생태계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자연호수인 석호가 분포하는 동해안은 석호군락지로, 지역의 자연과 주민이 공존해 온 삶의 터전이자 지형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의 과정을 담은 기록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