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ASF 예방을 위한 관리방안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오연수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은 돼지과 동물, 즉 사육돼지와 멧돼지에서 감염되는 질병으로, 발생 시 고열을 동반하며 전신에 출혈성 병변이 나타나며 폐사율이 높아, 사회적 및 경제적으로 손실이 큰 질병이다. 원인체 바이러스는 Asfivirus에 속하는 매우 사이즈가 큰 DNA 바이러스로서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군에 속하며 23가지 유전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바이러스는 타켓 세포를 특이적으로 감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혈관을 특이적으로 감염시키기 때문에 감염 시 혈관을 따라 출혈성 병변을 일으키고 전신의 혈관이 아프게 되면서 온몸에 출혈을 만들고 고열을 동반한다. 사람의 에볼라,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 등이 이 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다. 임상증상은 아프리카에서 온 돼지의 열병이라는 표현대로 감염 시 고열과 식욕결핍, 귀, 배, 사지에 충혈과 청색증, 호흡곤란, 구토, 천연공에서의 출혈이나 혈액 성 설사, 임신 돈의 경우 유산이 나타난다. 부검 시 복강장기 내 출혈성 병변, 특이적으로 거대해진 비장과 출혈성 림프절이 발견된다.

ASF의 전파는 아프리카에서의 발생 및 지역 내 순환에는 물렁진드기라는 곤충매개로 이루어졌으나, 이후 대륙을 뛰어넘는 비 발생지역으로의 전파는 감염된 돼지과 동물과의 접촉, 돼지 축산품의 이동, 바이러스에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과 동물에의 급여, 등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바이러스의 감염 이후 생체내에서 잠복기는 다양한 유전자형에 따른 병원성 및 노출 경로에 따라 4 ~ 21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ASFV는 환경 저항성이 매우 높아 환경에 오염되었을 때 생존기간이 육가공품에서 150일, 오염된 축사에서 1개월 이상, 냉동고기에서 1,000일간 생존한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적정 용량으로 소독제를 뿌리거나 70℃에서 30분간 가열하면 사멸한다.

우리나라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제 1종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아 이 질병이 발생한 모든 국가의 경우 신속한 살처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질병의 전파는 감염된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던 질병이었지만, 최근 발생지역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 양돈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무서운 가축전염병이다. 동유럽 및 러시아 남부 및 서부지역의 돼지와 야생멧돼지에서 이 질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고 곧 이어 러시아 남부 및 중앙 몽골 접경지역에서도 발생하면서 유럽 및 러시아 등 기존 발생국가들과 인적 및 물적 교류가 활발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9년 9월 16일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최초로 발생하였다. 최초 발생 이후 방역당국의 신속한 확산방지조치로 사육돼지에서의 발생은 막았으나 멧돼지 양성개체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확산되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감염된 폐사체의 감염력이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멧돼지의 폐사체를 신속하게 발견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유럽 등과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지형상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적절하게 제거되지 못하는 경우 그 지역을 바이러스로 광범위하게 오염시키고, 이 환경에서 살아가는 멧돼지의 이동과 군집생활이 바이러스를 환경에서 순환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직 효과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오로지 농장의 차단방역에만 의존해야 하는 막아내기 어려운 가축 전염병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구제역처럼 공기 전파가 되는 질병이 아니고 직접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되기 때문에 원칙에 충실한 농장 내·외부의 차단방역만 철저히 실행하면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시설기준 강화를 통한 농장단위 방역 절차를 점검해 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차단방역은 단순히 농장내로 외부인과 차량 출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방역절차 준수에 있어 원칙과 타협하지 않고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같은 기준의 차단방역 절차를 제시하고 있는데 농장 내에 사람과 차량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기본 원칙 아래 사람과 차량 소독 시설 점검 및 농장의 출입문의 개폐시설 설치, 돼지 폐사체 처리 시설의 확보, 야생동물 유입을 막는 울타리 설치 등 그 동안 미뤄두었던 시설의 확충 및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 시설 기준에 더해 질병 위험도 평가를 기반으로 한 농장과 지역 단위의 차단방역 및 질병관리등급제 등을 현실화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가축 전염병 차단방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가 되었다.

동시에 농장 자체의 방역의식을 강화해야할 것이다. 아무리 시설이 강화되어도 농장에서 실제적으로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이 모든 노력이 빛을 잃게 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했던 농가 및 양성 멧돼지가 발견된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고 이 바이러스가 사람이나 차량을 통해 농장으로 옮겨졌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장 자체적으로 농장 내로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막아냈거나 축사 내 전용 장화로 갈아 신는 일, 농장 외부에서 농사일을 한 후 손을 잘 씻는 일, 폐사체를 잘 처리하는 일, 철저하게 소독 하는 일 등을 잘 실천했던 농장에서는 발생 위험도를 최대한 낮출 수 있었다. 농장이 차단방역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예, 아니요’의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라도 또 다른 경로로 발생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감염 개체 및 오염된 환경을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한 방역조치를 하기 위해 바이러스 오염이 우려되는 지역 및 방역에 취약한 농가에 대해 상시 검사체계를 수립하여 가동 중이다. 접경지역을 중점방역 관리지구로 선정하고 우제류 가축 밀집사육단지 농장, 외국인 근로자 고용농장, 등 방역에 취약할 수 있는 농장에 대하여 상시 예찰을 수행하고 있는데 접경지역 농가 축사와 그 주변 토양과 야생동물 분변 등 환경시료를 검사하고 있다. 또한 도축장 환경 시료와 출하 모돈을 검사하고 야생멧돼지 포획 검사도 지속적으로 수행중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야생멧돼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절상 멧돼지의 행동반경이 확대되고 수확철 영농활동과 가을철 산행 증가 등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가을 태풍과 비로 인해 수계를 통한 오염원이 확산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접경지역 양돈과 영농을 겸업하는 농가에서 수확철 오염지역 출입 시 소독 등 방역조치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고 가을철 산행 증가에 따른 바이러스 차단조치를 실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강원도의 방역 추진상황은 위험도별 차등관리 차원에서 멧돼지 발생지점 및 비무장지대(DMZ)와의 거리 등 위험도를 고려한 지역별·권역별 방역관리를 강화하며 감염 야생멧돼지로부터 바이러스 농장 유입 위험이 높은 멧돼지 발생 시·군에 존재하는 농가의 방역을 강화하였다. 특히 강원 남부 비접경지역 농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거점 소독시설, 통제초소 및 농장 초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였다. 축산차량의 농장진입 통제를 강화하였는데 접경 5개 군 및 인접 3개 시·군 양돈농장에 대해 모든 축산차량의 농장 내 출입통제 조치를 실시하였다. 농장단위 차단방역 차원에서는 멧돼지 접근 차단을 위해 외부 울타리를 설치하고 차량과 사람의 소독시설을 설치하였으며 퇴비사 방조망 등 차단 시설을 신규 설치하거나 보완하도록 하였다. 시·군 아프리카 돼지열병 담당관과 중앙담당관이 합동으로 전체 양돈 농가에 대한 주기별 방역실태 일제 점검을 추진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방역심의회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중점 방역관리지구를 지정하고 지구 내 양돈농가는 8대 방역시설을 갖추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진 바 있다.

이러한 방역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해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백신 개발에 대한 연구 성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국내 연구자들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머지않아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어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근절에 큰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한다. 국가 재난형 가축 전염병의 방역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아닌 절대적인 기준에 도달하는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원칙에 충실한 차단방역만이 유일한 대책임을 깨닫고 유입 및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며 축산 농가와 방역 당국에 대한 전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 경제, 문화적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감염성 질병에 대한 추세는 사람과 동물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원헬스(one-health) 개념으로 야생동물 매개 신종질병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얼마 전 개원한 국립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큰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책임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어떤 작은 지역에서 발생한 질병은 빠른 시간 안에 전 세계인이 공유하게 되고 앞으로 많은 신종 감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경험을 통해 부처마다 개별 대응이 아닌 범부처 통합 제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이를 통해 신종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한다. 이제는 원칙에 충실한 차단 방역만이 유일한 대책임을 깨닫고 유입과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며, 이를 위해서는 방역 당국에 대한 온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