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7월 경기도에 첫 광역문화재단이 설립되었고 1998년 11월 강릉에 첫 기초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1) 2019년 현재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16개 지방자치단체가 광역문화재단을 설립하였으며,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87개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지역문화재단을 설립하였다.2) 광역문화재단을 설립하지 않은 1개 광역지방자치단체도 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초지역문화재단을 설립하지 않은 여러 기초지방자치단체들도 재단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부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상당수 사업들을 지방자치단체에게 이양하겠다며 2019년 4월 대상 목록을 발표했다. 2019년 기준 4,036억원 가량의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이 2020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될 예정이다. 3) 지역문화 진흥 체계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지역문화재단의 운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지역문화재단의 기본 현황을 살펴보고 운영상 쟁점과 과제를 논의함으로써 지방분권 시대를 이끌어갈 지역문화재단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2005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으로, 제4조에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특별자치도는 지역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게 하기 위하여 재단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2004년에 이미 7개 기초지역문화재단이 설립ㆍ운영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재단 설립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으며, 재단의 운영과 관련한 조항을 추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법적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었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어 지역문화재단의 법적 근거가 포괄적으로 마련되었다. 제19조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재단을 설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고, 제20조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재단의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제21조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재정 확충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과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설치할 수 있으며 해당 기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9년 1개 광역문화재단은 평균 50개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초지역문화재단은 평균 33개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의 수가 많은 만큼 예산과 인력 규모도 작지 않다. 광역문화재단의 예산은 평균 321억원이고 기초지역문화재단의 예산은 평균 105억원이다. 광역문화재단의 평균 인력 규모는 98명이고, 기초지역문화재단의 평균 인력 규모는 57명이다. 대체로 광역문화재단의 규모가 기초지역문화재단보다 크지만, 기초지역문화재단의 규모가 광역문화재단과 유사한 경우도 있다.4)
지역문화재단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업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 단위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가령,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무지개다리 사업’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민간경상보조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지역별 주관기관 공모를 실시했다. 지역문화재단과 유관 공공기관에 신청 자격이 부여됐고 대부분 지역문화재단이 선정됐다.
지역문화재단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지방문화원이 있다. 지방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의 인가를 받아 특별자치시ㆍ특별자치도ㆍ시ㆍ군ㆍ자치구별로 한 개씩 두는 법인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자생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한 지방문화원은 그 역할이 계속 변모해왔는데, 「지방문화원진흥법」은 지방문화원을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한 지역문화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정의하고 있어 법률상의 정의만으로는 기초지역문화재단과 지방문화원의 역할 구분이 쉽지 않다.
첫 번째 운영상 쟁점은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점이다.5)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다른 문화예술조직과 무엇이 다르며 광역문화재단과 기초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되는지가 명료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올해 초 서울특별시의 한 시설 운영 사업권을 둘러싸고 기초지역문화재단과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충돌하는 일이 있었다. 기초지역문화재단이 참여한 한 컨소시엄이 사업의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자 기존에 그 시설을 운영해왔던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반발한 것인데,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담당할 수 있는 시설 운영 사업을 지역문화재단이 맡는 것이 적절한지, 그리고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시설을 기초지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했다. 6)
두 번째 운영상 쟁점은 지역문화재단의 재정 자율성과 관련된 것이다. 2019년 현재 주요 광역문화재단 예산 구성의 비율 평균을 살펴보면,7) 지방자치단체 보조가 48.5%, 국고지원금이 37.4%, 자체자금은 전체의 5.5%, 기타가 5.1%이다. 기초지역문화재단의 비율 평균은, 지방자치단체 보조가 70.4%, 국고지원금이 8.7%, 자체 자금은 17.3%, 기타가 5.4%이다.8) 광역문화재단의 경우 자체 자금 비율이 지나치게 낮으며 기초지역문화재단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보조가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있다. 재원 대부분이 목적과 범위가 이미 정해져 있는 정책사업을 위한 것이며 따라서 재단이 지역의 상황에 맞게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부족하다.
세 번째 운영상 쟁점은 지역문화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문화재단 이사장직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겸하고 있다.9) 대표이사직은 대체로 민간 전문가들에게 맡기는데, 대표이사의 임기가 짧은 데다 임기가 보장되지 못하고 교체되는 경우가 잦다.10) 지역문화재단의 핵심보직 임명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데, 2018년에 있었던 한 기초지역문화재단 주관 축제 운영 논란이 대표적 예이다. 축제 분야에서의 경험이 많지않은 자가 예술감독으로 선임되자 예술인들이 반발했고 관련 정보의 공개를 요청했으나 지역문화재단이 공개를 거부하며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11)
한편, 과거에는 지역문화재단 인력의 고용 안정성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 2012년 정규직 비율 평균은 광역문화재단과 기초지역문화재단 각각 56.7%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정규직 비율이 높아졌다. 2019년 현재 광역문화재단이 72.0%, 기초지역문화재단이 70.4%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공공기관의 정규직 비율이 88.9%인 것에 비하면 정규직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없으나,12) 지역문화재단의 과업 특성상 비정규직이 불가피한 업무들이 있으므로 이 수치가 낮다고 볼 수만도 없다. 다만 정규직 비율이 50% 이하인 지역문화재단이 여전히 상당수 있어 계속된 관심이 필요하다.13)
첫째, 지역문화 진흥 체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광역문화재단, 기초지역문화재단, 지방문화원, 민간 문화예술단체의 명료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역할 범위를 관할 지역 단위로 나눌 경우 중복이 발생하므로 정책 지향별로 구분해보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광역문화재단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예술의 수월성(秀越性)을 높이는 사업을 주로 하고 기초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진흥원과 함께 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을 주로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문화원은 지방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과제를 주로 다루게 할 수 있다. 한편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민간 문화예술단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일은 줄일 필요가 있다.14)
둘째, 지역문화진흥기금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 「지역문화진흥법」 제22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진흥기금으로 지역문화재단을 지원할 경우 기금의 특성상 재단의 재정 자율성이 일정 수준 확보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는 지역문화진흥기금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2018년 기준 2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21개 기초지방자치단체만이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설치하였으며 기금의 규모는 상당히 작다. 15) 이에 광역 또는 권역별로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설치하고 기금 조성에 있어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논의해 볼 수 있다.16)지역문화재단의 재원 확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안들이 제시된 바 있다. 균형발전특별회계 내 지역문화 진흥 계정의 신설, 지역문화 진흥 사업을 위한 특별교부세의 신설, 포괄적 성과 계약을 기반으로 한 출연금의 편성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지역문화진흥기금의 활용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기금의 운용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맡기지 않고 지역문화재단, 지방문화원, 예술인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조직에 맡겨 이들이 기금을 지역의 실정에 맞게 나눠 사용하게 한다면 실질적인 지역단위의 문화자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지역문화재단 주요 직위의 임명 절차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인천문화재단이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혁신안 중 재단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다음의 조치들을 참고해볼 수 있다.17) 인천문화재단은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구성원의 수를 늘리고 추천위원회에 재단 직원과 시민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추천위원 및 대표이사 후보자의 평가기준과 추천 사유를 공개하기로 했다. 시장이 재단의 이사장을 겸직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는데,18) 재단의 안정적 예산 확보를 위하여 시장의 이사장직 겸직을 유지하되 대표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근로자 이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10여년의 치열한 논의 끝에 2014년에 제정되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문화예술진흥법」과 더불어 문화예술 법체계의 중심이 되는 법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정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개정도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지역문화진흥법」 개정을 비롯하여 지역문화 진흥 체계의 발전을 위한 법적ㆍ제도적 개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나가야 한다. 특히 지역문화재단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 진흥 체계의 핵심으로서 지역단위 문화자치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19)
출처 |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 1644호", 2019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