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최근 국내 경기는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여행, 숙박업계 종사자 등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무급휴가나 급여를 삭감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1) 아울러, 사회적으로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하여 외출 및 집단 활동을 삼가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최근 언론 및 정치권에서는 ‘재난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재난기본소득에 관한 개념 및 논의과정 그리고 주요쟁점을 살펴보고, 시행시 고려할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본소득’이란 자산·소득·일 활동과 관련 없이 ‘무조건적으로’·‘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편적 기초소득’·‘국민보조금’·‘시민소득’·‘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참여소득’ 등 다양한 형태로 주창되어 왔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을 공통적인 기본 요건으로 한다. 보편성은 기본소득의 가장 핵심적 원칙으로서, 소득·자산조사 없이 국민 모두에게 지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조건성 원칙은 노동 수행 혹은 의사에 대한 요구 없이 지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요건으로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기본소득의 이념을 반영한다. 그리고 개별성 원칙은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지급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적인 사회보장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특정한 조건 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개념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현재 법적으로 도입돼 있지는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국민들에게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같은 조치보다는 보다 긴급한 경제적 구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재난기본소득의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3)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민간에서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과 청와대 국민청원 4)을 계기로 정치권으로 확대되었다.
주요 논의를 살펴보면, 경기도지사는 3월 6일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하였다. 5) 그리고 경기도의회에서는 재난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에 착수하였다. 6) 3월 8일에는 경남도지사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원하자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였다. 7)
한편, 이와 반대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중 한명은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남도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제안과 관련하여 증세의 현실적인 문제점과 재원마련의 어려움을 지적하였다. 8)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적절한 정책 수단은 아니다”라며 “한정된 재원을 전체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방식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9)
청와대는 3월 9일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최근 일부 지자체장 등이 제안한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청와대는 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0)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 전주시는 3월 13일 추가경정 예산을 통하여 취약계층에 1인당 52만 7천원, 총 250억 규모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11)
홍콩은 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 여파에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치자 18세 이상 모든 영주권자에 1만 홍콩달러(약 155만원)를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12) 이 외에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해외 사례는 찾기 어렵다. 스위스의 경우 2016년 전 국민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시행하였으나 76.7%가 반대하여 부결된 적이 있다. 스위스 정부가 국민투표에 부친 기본소득 도입 방안은 매달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어린이·청소년에게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의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13)
다만 기본소득과 관련하여 조건 규정이 없는 기본소득의 형태는 아니지만 다양한 유형의 해외 사례들이 있다. 14)
2017년 1월 1일, 핀란드는 실험수당 수급자(25~58세의 2천 명)에게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0만원) 수준의 부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핀란드의 높은 실업률과 불안정 노동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부분 기본소득이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를 개혁시킬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방편이다.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Utrecht)주에서는 최소 6개월 동안 복지수혜자 등 200명 이상의 자원자에게 2017년 5월부터 2년간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실험은 핀란드와 유사하게 유급고용에 대한 참여를 증가시키고 사회보장에 대한 의존을 줄임으로써 복지수혜자들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2017년,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주민 4천 명에게 3년간 매월 1,320캐드(약 122만 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시행하였다. 캐나다 기본소득의 실험은 기본소득이 건강상태, 노동시장의 성과 그리고 온타리오주에 살고 있는 빈곤층의 실질적인 삶 등이 개선되는지를 이해하고 측정하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최근 해외의 기본소득 실험 내용
영역 | 실험 | ||
---|---|---|---|
핀란드 | 네덜란드 | 캐나다 온타리오주 | |
보편성 | 현재 사회보장급여를 받고 있는 25~58세 개인 2천명 | 사회보장급여 (참여활동)를 받고 있는 600~900명 | 18~65세인 빈공층 |
개별성 | 개인에게 지급 | 개인 또는 부부에게 지급 | 개인에게 지급 |
조건성 | 실험 참가자의 혜택 감소가 없거나 사적 소득의 자산조사 없음 | 실험그룹에 따라 다름 | 조건 없음 |
획일성 | 균등하게 지급 | 실험그룹에 따라 다름 | 실험그룹에 따라 다름 |
주기/ 영구성 | 2년간 매월 지급 | 2년간 매월 지급 | 3년간 매월 지급 |
방식 | 현금 | 현금 | 현금 |
자료: 조권중 외 2인, 『기본소득의 쟁점과 제도연구』, 서울연구원, 2017, p.25.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한 가장 큰 관건은 재원확보 방안이다.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에 반대한 이유는 지금보다 세금을 최소 두세 배 더 내야하는데다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중 상당부분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재난기본소득의 재원확보방안이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의 경우 향후에도 유사 질병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뒷받침 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재원확보방안과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은 재난기본소득제도의 지속가능성여부이다. 재난기본소득은 이번 코로나19사태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향후 유사한 재난 발생 상황뿐만 아니라 경제적 위기상황 등에서도 또 다시 요구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므로 재난기본소득의 지속가능성이 담보할 수 있어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제안하거나 지급을 확정한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급대상, 지급방법 등이 서로 상이하다. 특정계층, 특정집단 등을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주장,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주장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논거는 찾기 어렵다. 또한, 지급 방법 역시 현금, 지역화폐, 전통시장상품권, 세금감면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며, 지급시기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급기준 및 방법을 결정함에 있어서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은 행정비용문제이다. 가장 최근의 예로 2018년 시행한 아동수당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15) 만 6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는데에도 오히려 행정비용이 더 많이 드는 모순이 나타났다. 재난기본소득 대상선정에 있어서도 소득·재산 수준, 직업군 등 지급대상을 구분하고, 또 다른 복지혜택과의 중복성 여부를 걸러내는 등에 따른 행정비용문제도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다 하더라도 전 국민에 대한 지급방법 및 수단을 마련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의 실효성 문제이다. 일부계층, 특정집단에 대해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은 원칙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이라기 보다는 재원마련 등 현실성을 고려한 낮은 수준의 부분 기본소득 도입 방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도입되어 있다. 16) 따라서 기본소득제도의 면밀한 논의가 아니라 또 하나의 복지제도가 추가되는 결과에 그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은 어느 한 지역에 큰 타격을 주거나 단기간에 상황이 종료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전 국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인한 실제 경기회복효과에 대한 면밀한 시뮬레이션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출처 |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 1674호, 2020년 3월 19일, http://www.nar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