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6 2022. 03

강원도의회 정책Letter

정책제언

재정투입, 무상교육, 이민정책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 돌파한다

기고자윤현철KOTRA 독일 함부르크무역관장

EU의 맹주이자 세계 4대 부자나라인 독일은 70여 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으로 800만 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사망했고, 특히 군인으로 징집된 젊은 남성이 많이 사망하면서 산업인력 부족을 겪었다. 또한 1980년대부터는 저출산의 경험을 하고 있어 일찍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숱한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이를 경제적·사회적 문제로 직시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의 적극적인 저출산 극복 정책과 다수 국민의 공감으로 독일은 한국이나 일본보다는 이 문제를 잘 해결해 왔다. 하지만 목표로 하는 출산율 2%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외국으로부터 인구 유입이 없다면 독일은 이미 2014년부터 매년 20만~ 30만여 명의 인구가 줄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독일 인구는 2014년 8,010만 명에서 2017년 말 8,270만 명, 2022년 2월 기준 8,320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중장기적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적 정책을 지난 수십 년간 확대해 왔다.

연간 300조 원에 가까운 아동수당 및 교육 예산… 국가발전과 국민 미래 위한 투자라는 사회적 합의 형성돼

첫째, 재정투입을 통한 저출산 대책이다. 저출산에 허덕이던 독일은 1970년대 후반부터 이미 재정투입을 통한 저출산 대책을 강구했다. 2022년 2월을 기준으로 독일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길게는 그 아이가 만 25세가 될 때까지 정부가 매월 약 219유로(약 30만 원 상당)를 지급한다. 첫째와 둘째 아이는 월 219유로, 셋째부터는 225유로, 넷째부터는 250유로를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받는다. 이러한 아동수당은 물가상승률 등과 연동돼 매년 인상된다. 아이가 세 명인 가정은 월 663유로(약 90만 원)의 보조금을 매월 정부로부터 받는 것이다.

부모보조금(Elterngeld)이란 것도 있다. 아이를 낳은 가정에서 부모가 최대 14개월간 세후 월급의 65%를 출산휴가 중에 받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통상적으로 출산휴가를 아빠는 두 달, 엄마는 1년 신청한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육아 세금공제 혜택이 추가로 제공된다. 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공제세금이 높아지는 세제 혜택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4만 유로이고 아이가 한 명인 가정은 세금에서 1,800유로 정도가 공제되는 반면, 연봉 12만 유로의 고소득 가정은 약 3천 유로가 공제되는 것이다. 아이가 셋인 경우 그 차이가 더욱 크다. 연소득 4만 유로의 가정은 4,600유로 정도를 공제받는 데 비해 12만 유로의 고소득 가정은 9천 유로까지 공제받는다.

독일 정부는 왜 고소득 가정에도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추가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는 것일까? 필자는 이를 시장원리에 따른 합리적인 다산 장려 수단으로 본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독일 정부는 가난한 가정에는 납부한 세금보다 더 많은 아동수당과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고소득 가정에도 아이를 낳으면 낳을수록 공제금액이 높아지도록 함으로써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 지원금으로 다산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경제 논리로 다산이 유리한지 무자식이 유리한지를 국민 스스로가 판단하게 하는 제도로, 독일다운 합리적 시스템의 한 측면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둘째, 무상교육을 시행한다.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 비용이 출산을 꺼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독일에는 학비가 없다.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일체 무료다. 한동안 독일 정부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학비를 받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차별금지 등을 규정한 법에 저촉돼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한 독일엔 학원이나 과외가 거의 없다. 독일에서 과외(Privatunterricht)란 학습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극소수의 아이들이 받는 것이다. 소위 과외를 받는 경우는 외국인 자녀들이 독일어를 배우거나 음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 레슨을 받는 등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독일에는 ‘부모가 아이를 낳고 교육하지만, 국가는 이를 책임진다’라는 말이 있다. 독일은 19세기에 이미 의료보험제도와 국민연금제도를 실시했고 1차 세계대전 패망으로 경제적·정치적 최대 혼란기였던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도 학비면제를 국가정책으로 확정했다. 독일이 이렇게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종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그렇게 투자해야 한다는 합의가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 이뤄진 결과라고 본다.

지속가능발전 위한 경제적 선택, 난민수용 정책에도 반영

셋째, 적극적 이민정책을 통한 생산인력 확보다. 2015년 당시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중동 난민사태를 맞아 중대한 발표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Wir schaffen das)’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을 무제한 수용하겠다는 정책이었다.

왜 메르켈 총리는 이러한 정책을 펼쳤을까? 필자는 경제적 측면에서 이를 바라본다. 고령화 사회에서의 가장 큰 고민은 산업인력이 줄어 세수가 부족해지면서 사회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악화돼 선순환 고리가 파괴되는 것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난민과 경제 위기를 겪은 남유럽인들을 독일 사회에 통합해 지속적으로 생산인력을 확충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독일이 난민을 수용하면서 과거의 악행에서 벗어나 평화의 상징국가로 거듭나려는 독일 정부와 메르켈 총리의 인도적인 입장 역시 존재한다고 본다. 하지만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독일의 미래를 위한 경제적 선택이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에 반영된 부분 역시 간과할 수는 없다.

근세에 독일은 이미 프로이센 왕국 시절 프랑스 등지의 기독교인 수십만 명을 적극적으로 통합·수용한 바 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위한 수십만 명의 터키 노동자 이민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이들을 융화한 바 있기에 이민정책에 대한 독일 사회의 반응 역시 소수의 극우주의자들을 제외하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2020년 기준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1.53명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2010년 1.3명에 머물던 출산율이 지속적인 출산정책과 세제지원으로 2018년 1.57명으로 8년째 늘었다가 2020년 코로나19로 약간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게다가 합계출산율이 0.8명대에 불과한 한국에 비하면 두 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독일에서 아동수당으로 지출된 재정은 2020년 기준 한 해 456억 유로(62조 원)에 달한다. 유치원부터 대학교육까지의 무상교육을 위한 교육예산은 1,586억 유로(214조 원)다. 두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만 1년에 300조 원에 가깝다. 이는 연간 독일 GDP의 6.2%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을 600조 원으로 봤을 때 그 절반 정도를 매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지만 독일 정부와 대부분의 국민은 지속 가능한 국가를 위해 이러한 막대한 재정 및 정책 지원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 점이 우리나라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제조업과 무역에 의존하는 측면에서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진 대한민국과 독일, 두 나라의 20~30년 뒤 모습은 미래를 위한 투자 양상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출처:KDI 경제정보센터 나라경제 칼럼(윤현철KOTRA독일 함부르크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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