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제 5 호/ 2021. 06.

전문가칼럼

시멘트 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나아갈 방향

공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김진만

포틀랜드 시멘트는 현대 사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설자재이다. 원료의 풍부함과 콘크리트로 사용될 때의 우수한 공학적 특성도 매우 훌륭하지만, 거기에 추가하여 현대화의 뒤안길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용체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감히 어떠한 재료가 포틀랜드 시멘트에 비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항상 NO이다. 포틀랜드 시멘트만큼 다양한 성능과 환경성을 가진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포틀랜드 시멘트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고층 아파트, 대형 빌딩, 체육관, 긴 교량, 끊임없이 이어진 도로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벽돌이 핵심 건축자재로 사용되었던 중세시대의 유럽 도시처럼 고층 빌딩을 만들기 위해 수 십년 혹은 수 백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며, 가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실내공간은 매우 비좁은 답답한 건축물이 일반화 되었을 것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2-3층 정도의 저층건물에 살아야 하므로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도시는 지금 보다 매우 많은 토지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는 많고 국토가 적은 국가의 경우에는 산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용지가 주거지를 만드는데 사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식량 생산을 위한 농지가 부족해지고 땅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게 되어, 주택 문제가 더 심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1억 7천만톤이라는 매우 막대한 양이 발생하는 폐기물이 적절하게 처리되지 못하여 도시는 쓰레기로 덮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포틀랜드 시멘트는 이 많은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매우 귀중한 보물과 같은 존재이지만, 생산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점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잘못된 오해가 퍼지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시멘트 1톤 생산시 평균 0.78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므로 연간 시멘트 생산량이 5,000만톤 정도이므로 연간 3,900만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시멘트 산업의 연간 매출이 4.3조원 정도로 우리나라 GDP의 약 0.2%에 불과한 산업이지만, 탄소배출량은 총 배출량의 5.5%에 상당하므로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높은 산업임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값은 단순히 생산 시의 배출만을 고려한 것이므로 다소 과장되어 있어, 시멘트산업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LCA(생애주기평가) 방식으로 분석하면, 시멘트가 사용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므로 실제적인 탄소배출량은 상당히 줄어들게 되는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어찌되었든간에 시멘트 산업이 철강, 정유, 반도체 산업과 함께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므로 시멘트 산업에서 탄소 배출을 위해 보다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을 선언하고 다양한 산업에 탄소중립을 실현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시멘트 산업에서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원료인 탄산칼슘을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여 생석회를 만들고, 이를 고온으로 소성하여야만 시멘트가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밖에 없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산업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할 것인가? 킬른 개선, 대체연료, 순환자원의 사용, 대체 결합재, 탄소 포집 및 저장, 콘크리트 배합설계, 구조 최적화 등과 같은 기술적 방안들이 제안되고 있다. 이들 중 킬른의 개선을 보면, 현대적 시멘트 생산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는 국내 시멘트 사에서 킬른의 개선에 의한 탄소배출량 저감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대체 결합재는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만아니라 범용시멘트로서의 특성이 명확하지 않고, 그 안정성이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못하였으므로 시장에서의 사용량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탄소감축수단이 될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은 현시점에서 가용하지 않은 미래의 기술이고, 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다.

그럼 지금 우리는 어떠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인가? 우리보다 앞서서 탄소중립을 실현해가고 있는 유럽의 예로부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럽은 이미 1990년부터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2015년에 1990년 대비 40%의 탄소배출량을 저감하였고, 2050년에 실제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유럽에서 최근에 추진한 탄소감축 수단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연료전환과 원료전환이다. CCUS와 같은 수단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한편으로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수단인 연료전환과 원료전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 두 수단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실행이 용이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유럽의 모형을 따라서 탄소감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연료전환 기술은 시멘트를 소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열원인 유연탄을 친환경 열원으로 대체하는 것인데, 대체 대상 열원은 폐기물과 바이오매스이다. 바이오매스를 연소시킬 경우에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발생한 바이오매스의 생산 시 얻는 탄소흡수와 발생한 바이오매스를 다른 방법으로 처리할 경우도 탄소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연소 처리할 경우에 유엔 협약에 의해 탄소배출량 산정에서 경감하게 되므로 탄소배출량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폐기물은 시멘트 공정에서 연소하든 폐기물 소각장에서 연소시키든 상관없이 모두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그렇지만, 시멘트 공정에서 연소시키는 것은 소각장에서 연소시키는 것에 비하여 환경호르몬의 발생이 없고 미세먼지의 배출이 적은 매우 친환경적인 방법이며, 연소에 사용한 폐기물에 대응하는 유연탄의 사용량을 줄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매립하는 것은 매립지 확보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매립 후 온실가스지수가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높은 메탄이 발생하는 것 때문에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하게 된다. 유럽은 시멘트 공정에서 필요한 열원의 46%를 폐기물과 바이오매스를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100%를 친환경 열원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단지 23%만 대체 열원을 사용하고 있어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폐기물을 시멘트 공정에 활용하는 것은 기술적 과제라기보다는 사회적 과제이다. 투입하는 방법과 연소의 효율개선이라는 부분에서 기술적인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보다 어려운 것은 사회적 갈등의 해소라는 과제이다. 대도시에서 발생한 것을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지자체에서 처리하는 것과 관련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시멘트의 원료는 천연에서 채굴하는 석회석과 점토이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산업활동을 통해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부산물을 대량으로 배출하고 있다. 이들 부산물은 철강슬래그, 비철슬래그, 애시, 폐콘크리트 미분말, 소성점토, 유리 등이다. 이들은 약간의 가공 공정과 사용방법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 진다면 시멘트 콘크리트 산업에서 시멘트의 일부를 치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SCM(Suplementary Cementitious Material)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SCM으로 사용한 양에 상당하는 크링커의 양을 줄여주기 때문에 시멘트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매우 극적으로 절감시키는 수단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19년에 우리나라는 이러한 무기 부산물을 연간 3,500만톤 이상 배출하고 있다. 단순히 양적으로만 계산하면, 연간 시멘트 생산량의 70%에 상당하는 매우 막대한 양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부산물들을 시멘트의 원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오랫동안 하였지만, 현재까지도 시멘트 콘크리트 산업에서 단지 1,400만톤의 슬래그와 애시를 활용하고 있다. 배출되고 있는 부산자원의 약 40% 정도만 활용하는 것이다. 시멘트의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부산자원을 100%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데, 이를 위해서는 미흡한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여 부산자원을 시멘트 산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흡한 제도적 환경은 저탄소 시멘트를 생산하고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KS 표준의 정비와 콘크리트의 종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표준시방과 구조기준의 정비이다. 다양한 KS 표준이 만들어져 저탄소시멘트와 저탄소 SCM이 시장에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또한 동시에 이들 시멘트와 SCM이 시장에서 당연히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정책적으로 인센티브를 주여야 한다. SCM을 많이 사용한 저탄소 시멘트를 시장에서 요구하게 되면, 시멘트 산업은 당연히 그러한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사용 가능한 방법은 대체연료와 순환자원의 활용이며, 이는 매우 효율적이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중요한 수단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두 기술이 시멘트 산업에 유입되도록 하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콘크리트의 배합설계 최적화 및 구조설계의 최적화를 통해 시멘트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추가적인 탄소 감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정책적 수단을 실현하기 위해 산업계, 학계 및 연구소, 정부의 시멘트 산업과 관련된 모든 관련자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시멘트 산업에서의 2050 탄소 중립 실현이 실제로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