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2020. 02

강원도의회 정책Letter

정책제언

어렵지만, 결코 어둡지 않은 지역문화축제

기고자김형곤세종대학교 관광대학원 교수

국내에서 지역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축제가 지역의 경제, 문화, 사회적인 활성화를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의 담론은 축제가 정부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다분히 전시행정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세금낭비 행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두 가지 시선 모두 일정 부분 타당성 있는 주장이며 비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여러 성공적인 축제들이 단기간에 지역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민들의 자긍심 향상 및 공동체 결속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지역축제들이 콘텐츠의 진부함, 운영의 미숙함, 수익성의 결여 등의 이유로 인해서 관광객들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국내 지역축제의 모습과 상반되게, 우리가 빈번하게 방송과 책자를 통해 접하게 되는 해외의 유명축제들을 보면서 왜 우리는 저런 매력적이고 전통 있는 축제가 없을까 하는 의문을 자주 품게 된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가장 빈번하게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국내의 많은 축제들이 공적 필요성에 의해 단기간에 만들어졌고, 관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전담조직이 확실하지 않은 관 주도 축제들에서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기 어렵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 주도 축제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축제 역사를 간단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상고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문헌에 나와 있는 다수의 전통적인 축제행사들이 있었다. 문헌에 등장한 다수의 축제들은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일부는 현대적인 시각에서 볼 때도 매우 자유분방하고 쾌락적인 요소가 풍부한 축제성을 지니고 있었다. 1) 하지만, 조선시대의 전반적인 금욕주의적 가치관으로 인해 고려시대에 번성했던 다수의 축제들이 사라지거나 쇠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 조선시대에도 명맥이 유지되던 마을 단위 축제들은 일제강점기의 민족문화말살정책과 맞물려 사라지게 되었다. 3) 이후, 6·25전쟁의 여파와 전후 기독교 기반의 근대화 흐름에 밀려서 그나마 남아 있던 전통적인 축제들 또한 미신과 악습이라는 오명을 쓰고 명맥이 끊기게 되었다. 60~7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에서도 향토축제와 같은 이름으로 축제를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졌지만, 이러한 축제들은 관 주도하에 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거나 획일화된 형태의 민족문화중흥이라는 담론으로 이루어지는 관변행사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4) 국내 지역축제들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1995년 지방자치제의 실시라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더불어 각 지자체는 독자적인 발전과 특화된 정책을 고민하게 되었고, 지역의 이미지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민들의 자긍심 고취와 같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축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즉, 지역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관광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축제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효율적 전략이라는 시각이 커지게 되었다. 각 지자체별로 관광이벤트로서 축제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면서, 중앙정부에서도 문화관광축제와 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지역축제를 관광 상품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90년대 중반부터 급속하게 늘어난 축제는 대부분 관 주도하에 그 개발과 운영이 이루어졌고, 축제를 주민 주도적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초기에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이루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축제의 급속한 양적 성장은 태생적으로 질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이에 따라 축제는 단지 세금낭비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시달리게 되었다. 축제의 질적인 성장 에 대한 요구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많은 지역축제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현재까지 그 노력은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축제가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2018 들불축제

들불축제

제공: 제주시청

  • 1) 이준성(2013), 고구려 국중대회 동맹의 구성과 축제성, 역사와 현실 87(3), 305~332.
  • 2) 손태도(2013), 우리나라 국가축제의 역사와 그 전망, 한국전통공연예술학 2, 29~83.
  • 3) 한양명(2004), 조선시대 고을축제의 전승과 계승집단, 실천민속학연구 6, 59~91.
  • 4) 이훈·김미정(2011), 한국축제사: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관광학연구 35(10), 481~499.

지역축제가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 극복해야 될 구조적인 한계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인력의 문제는 지역 축제들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제약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으로서, 다수의 축제들이 예산과 일정상의 이유로 인해서 관리 및 핵심 운영인력 대부분을 상근직이 아닌 단기 임시직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관 주도하에 진행되는 축제들에서도 담당공무원들의 순환보직제로 인한 인사이동으로 전문적인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축제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수의 축제들이 민간 이벤트 기획사에 기획 및 운영을 전적으로 위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민간 이벤트 기획사에서는 전국에 있는 다수의 축제들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특화된 축제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유사한 프로그램의 축제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개별 축제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지니고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을 낳은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축제의 독창적인 콘텐츠 개발, 물리적 환경 및 서비스 디자인 개선과 같은 축제의 전반적 품질 향상을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의 부재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둘째, 해외 유명 축제들과 비교해봤을 때 국내 다수의 축제들이 지니고 있는 경제적 자생력은 매우 미약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지역축제들은 평균적으로 축제예산의 85.2%를 (지방)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축제의 독립성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5) 정부의 보조금에 기대어 개최되는 관 주도 축제들은 필연적으로 축제의 핵심 콘텐츠뿐 아니라 축제의 개최 여부까지 (지방)정부 단체장의 입김에 좌우되는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제 불황기에 정부의 예산이 축소되면 축제에 대한 지원금이 대폭 축소되거나 전액 삭감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지자체장이 교체되었을 때 축제 자체의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 작용해서 축제의 핵심적인 주제와 콘텐츠가 바뀌어 축제의 연속성이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축제 자체의 경제적 자생력이 부족하여 축제예산을 지자체의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자생력 부족의 문제는 축제 외적인 이슈에 따라서 축제의 방향성뿐 아니라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동일한 이유로 인해 지역자치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한동안 국내 지역축제들의 성과 부풀리기(방문객 수,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가 일반화되었던 시절도 있었고, 이에 대한 비판도 자주 제기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 앞서 제기한 축제 전문 인력 부족의 문제와 더불어 재정적인 독립성이 취약하다는 것은 축제의 중장기적인 발전방향에 대한 계획과 실행이 온전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2018 왕벚꽃축제

왕벚꽃축제

제공: 제주시청

  • 5) 한국관광공사(2013),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축제활용 신규 정책 사업 발굴.

국내 지역축제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전문적 축제운영조직의 구축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지역축제들은 1995년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 지역활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관 주도로 시작되었고, 기획과 운영 또한 지역행정기관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 인력의 부족은 외부 기획사와 같은 대행사에 일괄 위탁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축제에 대해 고민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하여 다음 개최되는 축제에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축제전문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상설화된 축제운영조직의 구축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용이해진다. 둘째, 축제의 재정적 안정을 위해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업 체들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한 파트너십 형성이 수월해질 수 있다. 셋째, 개별 축제를 위해 상시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있다면, 지역의 다양한 자원에 기초한 독창적이고 고유성 있는 축제프로그램의 개발이 용이하여 궁극적으로는 다른 지역축제와 차별화될 수 있는 축제콘텐츠 제공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개별 축제에 맞는 축제전문조직이 구성되면, 축제 기획 및 운영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가능해지고 운영의 노하우가 직접적으로 전수될 수 있다.

공적지원금에 과도하게 의존해야 하는 축제의 재정적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 또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재정적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앞서 제기한 축제전문조직의 구성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관 주도 축제에서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기부금을 모집 하거나 수익사업을 하는 것에 심각한 제약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독립적인 재단법인 또는 사단법인의 형태를 지닌 축제전문조직의 구축을 통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즉, 독립적인 법인과 같은 전문조직을 통해 기업 및 지역 사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후원을 받을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축제콘텐츠를 개발하여 방문객들의 심리적 저항이 낮은 수준의 입장료 징수, 특산물 및 기념품 판매, 부스임대사업 등과 같은 수익사업들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장기적으로 축제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축제의 상설화 문제 또한 고민해 볼 수 있다. 축제는 1년에 불과 4~5일 정도의 단기간 개최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역축제의 수익성과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축제의 성격에 맞는 파생 이벤트 또는 시설로서 전시시설, 체험시설 및 박물관, 공연(행사) 등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접근법 또한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네부타 마쯔리가 개최되는 일본 아오모리현에서는 네부타 박물관을 설립하여 상시적으로 네부타 마쯔리에서 사용되는 등을 전시하고, 민속예술공연을 펼치고, 다양한 바자회 등도 개최하여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여러 유명 축제들이 이러한 전문조직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재단법인 또는 사단법인의 축제조직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입장료 징수 및 다양한 수익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일부 유명 축제들의 경우에는 재정적 자립도가 향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잘 알려져 있는 화천산천어축제는 2005년부터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전문성을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수익성을 높여 지역 활성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여름축제인 보령머드축제 또한 2011년부터 재단 법인을 통해 운영되면서 축제콘텐츠가 강화되고 수익성 또한 크게 높아져 향후 축제의 지속가능성 또한 크게 높아지게 되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국내 지역축제들이 여러 형태의 축제전문조직을 구성하여 축제 운영의 효율화와 독립성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적인 법인의 형태와 같은 전문조직이 국내 모든 지역축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라고 볼 수는 없다. 지역이 처해있는 상황 또한 축제의 수만큼 다양하고, 그러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조직 또한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제지평선축제는 앞서 논의한 독립적인 축제운영조직을 설립하지 않고 관 주도로 이루어지는 축제이지만 국내에서 5년 연속 대표 축제로 선정될 만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김제 지평선축제는 전담 공무원이 해당 축제를 오랫동안 담당하면서 축제운영전문조직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결국, 축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축제에 대해 상시적으로 고민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재들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축제운영조직의 적절한 형태는 이러한 부분이 얼마나 충족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민간 주도의 축제전문조직들이 그러한 요건을 좀 더 용이하게 충족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내 지역축제들이 여러 지적된 한계점을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발휘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조직형태와 성격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출처 | 제주문화예술재단. "삶과 문화 제 70호", 2018년 9월

(24327)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1 강원도의회사무처 입법정책담당관실

Tel. 033-249-5296Fax. 033-249-5274

Copyright(c)2020 강원도의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