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3 2020. 12

강원도의회 정책Letter

정책제언

교육재정의 개혁 필요성과 과제

기고자최병호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대학들이 직면한 어려운 재정 현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대입의 시간이 어김없이 다가오면서 대학들은 신입생 선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우수학생 선발은 차치하고 정원을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대학들도 적지 않다. 2021년 대입에서 수능 지원자 수는 대학의 총모집인원 55만명에 10%나 모자라는 49만 3천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총모집인원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3년 후인 2024년 입시에서는 지원자 수가 모집인원에 비해 무려 13만명이나 부족해진다.
초중등학교로부터 시작된 학령인구 급감의 충격이 어느덧 대학에까지 미치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2000년대 말 84%에 달했던 대학진학률은 최근 70%까지 떨어졌다. 입학자원의 감소, 대학 구조개편에 의한 정원 축소,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른 등록금 규제가 서로 맞물리면서 많은 대학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 외국인 학생을 무차별적으로 선발하거나,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교육 기본시설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최근 OECD가 발표한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 2020)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R&D포함)는 OECD 회원국 평균의 65.1%에 불과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지난 10년간 국가 경쟁력은 20~30위권이었던 것에 비해 대학교육 경쟁력이 40~50위권으로 훨씬 낮았던 것은 고등교육에 대한 열악한 공적 투자와 무관하지 않다.

지방교육재정의 성장에 따른 재정 여건 악화, 개혁이 필요한 때

초중등교육의 여건은 어떠한가?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여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지방교육재정은 정부의 내국세 수입에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이전되는 지방교육세와 지방세 전입금 등의 법정 이전재원에 의존하여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초중등학생 수는 1982년에 999만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40여 년 동안 매년 감소하여 2019년에는 545만 3천명까지 줄어든 반면, 초중등 교원 수는 1980년 22만 5천명에서 계속 증가하여 2019년에는 43만 3천명까지 늘어났다. 덕분에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980년 43.7명에서 2019년에는 약 4분의 1 수준인 12.6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교육시설과 환경도 월등히 개선되었다.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더욱 실감이 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초중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2,708달러(초등 1만 1,702달러, 중등 1만 3,597달러)로서 OECD 평균 9,999달러와 EU23 평균 1만 334달러에 비해 훨씬 높다[구매력 평가지수(PPP)로 계산한 미국달러 기준임]. 또 정부 총지출에서 초중등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0.2%로, OECD 회원국 평균 7.9%와 EU23 평균 7.0%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학생 1인당 공교육비의 성장세는 고무적인데,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6.9%(초등 7.9%, 중등 6.1%)의 증가율을 기록하여 OECD 회원국 평균 증가율인 2.8%에 비해 2.5배나 높다.
2017년부터 30만명대로 줄어든 출생아 수는 금년부터는 20만명대로 더욱 낮아질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제도가 지금 방식대로 유지된다면 현재 OECD 회원국 중 7위권인 초중등교육의 1인당 공교육비는 10여 년 뒤에는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리는 재정 여건 악화에 대한 경고음에 비추어 본다면 이러한 전망을 즐길 수만은 없다. 경제는 이미 저성장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복지재정을 위시한 각종 재정수요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재정적자 폭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채무 비율에 기대어 재정과 세제개혁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정치권도 정부도 애써 회피하는 것 같다.
교육재정의 개혁은 재정개혁의 주요 대상이다. 지방교육예산 중 약 90%는 관련 법에 의해 국세와 지방세 수입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재원이 자동적으로 이전된다. 따라서 지방교육예산의 대부분은 정부와 시·도의 입장에서는 경직적인 의무지출이며,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기득권이다. 특히 지방교육예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교육청별로 부족한 재원을 100% 보전해 준다. 반면, 수업료 등 교육수요자가 부담하는 자체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대로 매우 낮다. 그 결과 지방교육재정은 편익과 부담 간의 연계가 형성될 수 없으며, 연성예산제약 문제와 재정지출의 비효율성에 따른 재정 책임성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교육재정을 위한 제도 개편방안과 당면 과제

교육재정제도의 개편은 단기적인 접근과 중장기적인 개혁으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교육단계별 재정 칸막이를 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초중등교육과는 달리 고등교육재정은 정부의 예산 사정에 의존하는데, 2015~2020년 기간 중 유아 및 초중등교육의 예산은 연평균 8.8%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고등교육예산의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그 결과 2015년 고등교육예산의 4배 수준이었던 유아·초중등교육 예산은 2020년에는 6배로 높아졌다. 이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법정 예산의 빠른 증가가 재량적으로 편성되는 고등교육예산의 증가를 억제했던 결과이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재정 사이의 칸막이를 조금만 연다면 현재 규모의 교육재정만으로도 교육단계별로 균형 있는 공적 투자가 가능하며, 꽉 막힌 고등교육예산의 숨통을 틔움으로써 대학교육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 간의 연계를 고려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행·재정적으로 분리된 현 시스템하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이 적지 않다. 교육자치단체가 초중등교육 관련 공공서비스를 배타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에서는 교육서비스와 일반행정 서비스가 서로 다른 주체에 의해 다른 재원으로 공급되므로 전체 지방공공재의 최적 공급 측면에서의 접근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교육과 일반행정 서비스 간 불균형은 물론 중복 투자와 낭비 등 지방재정자원의 활용에 비효율이 나타난다. 각각 내국세의 일정률을 재원으로 정부가 교부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간의 연계를 우선 고려해야 하며, 시간을 두고 재정관계 자체를 개혁함으로써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의 적정 규모 및 합리적인 배분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 문제의 중심에는 학령인구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재정압박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전통적인 목표와 국가 재정자원의 합리적인 배분과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당면한 목표 간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가치 때문에 지금까지 지방교육재정은 개혁으로부터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지방교육재정에도 시대적 및 상황적 변화를 반영한 적정 재원규모의 산정, 재원 배분방식의 합리적 개편, 지출의 효율성 제고 등 당면한 과제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월간 재정포럼 Vol.293

(24327)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1 강원도의회사무처 입법정책담당관실

Tel. 033-249-5273Fax. 033-249-5274

Copyright(c)2020 강원도의회 All rights reserved.